2024.08.22-09.22
부산항 제 1부두 창고
어시스턴트큐레이터 조이수
어둠이 길게 드리운 밤. 적막과 무더위가 깊어가는 여름밤엔, 누구든 쉬이 단잠에 들지 못한다. 거기다 스멀스멀 갖가지 생각과 잡념에 빠져들기 시작한다면 잠이란 녀석은 냉큼 줄행랑을 쳐버린다. 생각이 사슬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계절, 그렇다면 한여름 밤만큼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기에 좋은 시간이 있을까. 살아가기 힘 들다는 핑계로 가슴이 식어가는 요즘 같은 시대에 말이다.
그래서 2024 부산국제사진제의 주제전을 <한여름 밤의 꿈>이라 정했다. 그 어느 해보다 무더울 거라는 한여 름, 가끔 숨통을 틔우는 바람이 불어오는 부두창고라는 이색적인 공간에서 전 세계의 사진가들이 펼쳐 보이는 인간의 본질과 본성, 우리 내면 가장 깊은 곳에서 교차하는 마음의 흔적들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짜릿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마음에서다.
세계적인 사진가 로저 발렌, 안드레스 베르테임, 김용호, 리자 암브로시오, 토마즈 라자르, 원성원, 이정록, 요하네스 보스그라까지 8명의 사진가가 함께하는 이번 주제전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한여름 밤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처럼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사진들이 관람객들로 하여금 우리 눈 앞에 펼쳐진 세상 이면의 더 많은 것을 보게 하고, 우리의 의식을 더욱 더 깊은 곳으로 끌어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 1막 2장을 보면 “사랑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것” 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렇다. 인간의 내면 역시 눈이 아닌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여름 밤에 불어오는 한줄기 사진의 바람 속에서 그동안 잊고 지내던 무의식의 심연을 마음껏 항해하길 바란다.
2024 BIPF 석재현 예술감독